우리는 왜 읽은 것을 잊어버릴까

책을 읽는 순간에는 깊은 감동을 받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면 그 감동과 깨달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누군가 "그 책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좋았어"라는 단 한마디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본래 모든 정보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발견한 망각 곡선에 따르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한 후 별도의 복습이 없으면 하루 만에 약 70퍼센트의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보통 일주일에서 한 달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초반에 읽은 내용은 책을 다 읽을 때쯤 이미 상당 부분 사라진 셈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독서 노트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종이에 적은 메모는 찾기 어렵고, 여러 곳에 흩어진 기록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힘듭니다.

기존 도구들의 한계

시중에는 이미 다양한 독서 관련 앱과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앱은 너무 많은 기능을 제공하려다 보니 오히려 사용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셜 기능, 리뷰 시스템, 추천 알고리즘, 통계 대시보드까지 갖춘 앱은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꾸준히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독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열 개가 넘는 입력 필드를 채워야 한다면,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많은 앱이 독서를 일종의 경쟁이나 성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올해 몇 권을 읽었는지, 다른 사용자보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서 본연의 즐거움을 해칠 수 있습니다. 독서는 본래 조용하고 개인적인 활동이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우리는 이 본질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Readiary가 추구하는 철학

Readiary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독서 기록 도구를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핵심 철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록은 쉬워야 합니다. 앱을 열고 몇 초 안에 오늘 읽은 내용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잡한 설정이나 긴 입력 과정 없이, 짧은 메모 한 줄이라도 부담 없이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기록은 나만의 것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리뷰가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Readiary에는 소셜 기능이 없습니다.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공간입니다. 셋째, 기록은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매일 조금씩 기록하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긴 리뷰를 쓰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Readiary는 작은 기록이 쌓여 의미 있는 독서 이력이 되는 과정을 돕습니다.

핵심 기능에 대한 생각

Readiary의 핵심 기능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읽고 있는 책을 등록하고, 읽을 때마다 짧은 메모와 함께 진행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필드를 필수로 할 것인지, 어떤 정보를 선택 사항으로 할 것인지, 화면에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 것인지에 대해 수많은 실험과 피드백을 거쳤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지 수 입력을 필수로 할지 여부를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페이지 수를 기록하면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처럼 페이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매체도 있습니다. 결국 페이지 수는 선택 입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능을 뺄 때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mearth의 비전과 Readiary의 역할

mearth는 작지만 의미 있는 도구들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용히 도움이 되는 작은 앱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Readiary는 이 비전의 첫 번째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독서 여정을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도 그 기록을 통해 과거의 깨달음을 되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Readiary의 존재 이유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앱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서 기록은 Readiary가, 단어 정리는 Booktionary가 각각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각 도구가 한 가지 일을 탁월하게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려 합니다. 이것이 mearth가 지향하는 방향이며, Readiary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방향

Readiary는 앞으로도 단순함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기능만 신중하게 추가할 것입니다. 현재 고려하고 있는 방향은 읽은 책들의 연결 관계를 시각화하는 기능, 특정 주제나 키워드로 과거 기록을 검색하는 기능, 그리고 월별 혹은 연별 독서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본 경험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독서는 평생에 걸친 여정입니다. Readiary가 그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읽은 한 페이지의 감동을, 내일의 나에게 전달하는 다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Readiary로 나만의 독서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mearth.app에서 더 알아보기.